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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하니, 달려야만 하는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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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간통조림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3,041회 작성일 10-10-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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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광이었던 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달려라 하니를 보면서 '엄마를 위해 달릴 거야'처럼,


막 작정하고 뛴 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 끝까지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나는 그냥 속았던 건지도 모른다. 무작정 연속적인, 기계적인 동작으로 한없이 달렸다.


아니면 달려야만 했는 지도 모른다. 나 말고도 열댓 명의 사람들은 무작정 달리고 있었다.


파란색 티가 흠뻑 젖어있는 남자, 회색 반바지를 입고 헥헥거리는 여자, 시야는 땀에 젖어


희뿌옇게 번져만 갔다. 눈물이었는 지도 모른다.








달리는 건 참 좋은 것이다.


키다리 나무를 지나고, 잔디가 푸른 공원의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들을 지나고,


저만큼 몰래 나무 밑에 숨어 마리화나를 펴대는 후드티의 십대들을 지나,


함께 손 잡고 걷는 휜 허리의 노부부를 지난다.


달리는 건 참 좋은 것이다, 모두 다 지나쳐 버리자고 마음 먹는다, 달려야 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달리자는 생각 밖에는.











Gym을 끊기로 다짐한 건, 런던의 날씨(쉿 웨더)때문이었다.


공원이나 도로가를 달리가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아니면 비오면서 바람부는)


뛸 수가 없었서. 흐음,








거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표정으로 나와 똑같이 달리고 있었다.


나는 달리면서 공원을 생각하고, 하얀 강아지와 산책하는 늙은 여인을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큰 가방을 맨 남자를 생각한다.


분명 달리는 건 좋은 것인데, 이것이 내 불면에 한몫 거든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깨달았다.


침대에 누워서 들리는 소리는 일 초마다 일 초를 알리는 시계 초침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이 달리는 소리였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나를 상상했다.


10분, 15분, 20분, 35분. 40분이 지나면 몸의 고통 같은 건 잊혀지고 만다.


마치 달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무조건 뛰게 된다.


어쩌면 무슨 중대한 사명이라도 되는양 사도의 모습처럼 거룩하게 뛰고 있다.


러닝머신의 소리가 자장가처럼 귓가를 맴돌다가 커다란 땀구멍 속으로 스며드고 만다.








달리는 건 좋은 것이다.


달리는 건 참 좋은 것이다.





망고탱고
그동안 그냥 기계적으로 달려왔을뿐이지.. 숨이 막힐정도로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정도로 저도 달리고 싶네요. 정말 멋진 글이에요 !
시간통조림
사실은 곧 방학이라 한국 가기 전이니까 살 빼려고요, 다른 데는 다 괜찮은 것 같은데 똥배가...-_-;;; 똥배 때문에 ㅠ _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안구에 쓰나미 -_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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