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의 짧게 때리는 소설 시리즈 4 < Straight &amp; Bent > > 영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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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의 짧게 때리는 소설 시리즈 4 < Straight &amp; Ben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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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5번진짜안와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246회 작성일 10-10-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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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ight & Bent





S씨는 3일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런던 3Zone의 칙칙한 하숙방에서 스카치만 마셨을 뿐이었다.





하지만 취하지도 않았다. 3일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숨을 들이쉬면 죽음 같은 고통이 가슴 속에 밀려들고 숨을 뱉으면 시커먼 절망이 대기를 적셨다.





방구석에서 그는 숨을 마셨다 내쉬었다 하며 온 방안이 검게 오염되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전화가 울렸지만 받을 수 없었다. 누가 걸었는지 일어나서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혹시 그녀가? 라는 생각이 든 S씨는 번개보다도 빨리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했다.





발신자는 그가 기대하던 ♡Lovelove♡로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번호였다.





그는 휴대폰을 집어던져 버렸다. 제기랄. 훅, 하고 앉아있었을 때보다 더 강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것은 거의 분노의 파도가 되었다. 그는 미친듯이 침대 위의 이불을 찢고 책상위의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옆방에 사는 헝가리 인 노보트가 벽을 쾅쾅 하고 쳤다.








“Hey S! Please be Quiet!”











그는 그제야 난폭한 행동을 멈추었다.





Limbic system(대뇌 변연계)의 septum(중격)부분을 손상당한 쥐는 이유 없이 광포해 진다고 하는데





S는 실연의 고통이 자신의 septum을 갉아 먹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S씨는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잊고 싶었다.











스탠드를 집어던져버려 캄캄해진 좁은 방안에서 그는





자살하는 사람이나 절망으로 병을 얻어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모든 범죄자들을 이해했다.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다, 라.




















그게 되냐?








마음에는 이성이 모르는 이유가 있다고 파스칼이 말했잖아.





그때 모바일 폰이 다시 울렸다. 젠장, 듣기 싫은 벨소리. 라고 말하며 그는








캄캄한 방 한구석에서 액정 화면을 빛내며 울리고 있는 모바일 폰을 집어 던지려다,








이번에도 ♡Lovelove♡가 아닐까 해서 다시 액정을 확인했다.








- 다시 잘 해보자는 전화일 거야!





ㅡ 그의 뇌는 가엾게도 너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렇게 희망적인 도파민을 분비해댄 것이었다.





하지만 액정에 찍힌 발신인은 ♡Lovelove♡가 아니었다.





그런데 절망감에 폰을 다시 집어던지기 전에 그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커다란 슬픔으로 장악된 뇌의 한 부분은 끝내 한줄기 맨 정신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Unknown Number라고 뜨기 마련인데 액정에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이름은 놀랍게도 Do you wanna forget? 이었다. 띄어쓰기가 되어있지 않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잊고 싶냐? 라는 사람이 건 것이었다.











S 씨는 헤어진 여친이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즉시 전화를 받았다.








“Hello?”





“만약 너 지금 고통스러워 죽을 것 같다면 그 고통을 잊고 싶나?”





전화에서 나온 목소리는 굵직한 톤으로 약간은 동유럽 스타일의 악센트를 쓰는 남자였다.








“무슨 소리야. 전화 잘못 걸었어.”








“너, 실연했지?”





“뭐?”





“잊을 수 있게 해줄까?”








S 씨는 순간적으로 헤어진 여친이 내가 찡 붙을 까봐 자기 친구들을 시켜 겁을 주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남자는 쿨하지 못하게 찡 같은 건 붙지 않아.


다만 이렇게 며칠쯤은 순정에 죽어라 목메고 슬퍼할 뿐. 피부만 하얗지 발랑 까져 순정이라곤 모르는 바보 같은 것들.’








그래서 S씨는 화가 나서 전화기에 고함쳤다.





“너 누구야? A의 새 애인이냐?”





“잊을 수 있게 해줄까?”





“뭘 잊어! 왜 잊어! 어떻게 잊어! 그녀가 돌아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결책이 안 돼!”





“그러니까 잊을 수 있게 해줄까?”











그러자 S씨는 문득 겁이 났다. 변함없는 톤의 기계적인 목소리.





그리고 잊게 해 준다라니 어쩐지 살짝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실연도 당한 마당에 무서워 할 건 뭐냐는 쪽으로 심정이 굳어졌다.





그는 너무 슬퍼서 영어가 잘 안 됐지만 문장 순서고 나발이고 막 말했다.














“잘 들어 난 넬슨 제독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은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시비 걸지 말라구.”








“그러니까 잊을 수 있게 해 줄까? 사랑의 고통은 잠시야. 금방 잊을 수 있지.”





“뭐라구! 사랑은 영원한 거야. 어떻게 금방 잊을 수 있어? 이 빌어먹을 영국날씨 같은 놈아.”





“나에게 방법이 있다.”





“뭐야! 영국 여왕을 소개시켜 줘도 난 그녀를 못 잊어.”





“넌 잊을 수 있다. 지금의 고통이 얼마나 슬픈지 나는 이해한다. 넌 불과 3일 전에 실연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잊을 수 있다.”





“어떻게 그게 되냐!”











S씨는 옆방의 노보트가 뭐라고 하건 상관없이 큰 소리로 고함질렀다.





다행히 옆방의 노보트는 벽을 두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한 번 더 고함질렀다.





























“잊을 수 있으면 그게 사랑이었던 거냐고!”











도대체가 동양 사람들 말고 이쪽 놈들은 사랑에 대해서 너무 천박하다.








죽고 못 살고 울고 불고하는 것이 비합리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사랑은 모든 걸 걸어야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것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생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비극이자 가장 무서운 테러가 바로 사랑이다.





알면서도 우리는 사랑에 빠지고, 그것을 순정이라고 한다.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내세워 가볍게 연애에 접근하고 가볍게 별다른 상처 없이 헤어지는 녀석들은 도대체가 믿을 수 없는 녀석들이다.











“나랑 한 번 자면 잊을 수 있게 된다.”





“왓?!”





S씨에게 전화를 건 남자는 농담하듯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닌 것 같았다.








묵직한 목소리가 진심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너랑 왜 자? 너 목소리 남자잖아. 난 스트레이트야.”


























“잊고 싶지 않나?”








그때 그 잊고 싶지 않나, 라는 목소리는 S씨의 방문 앞에서 들렸다. 그는 섬뜩한 기분이 되었다.











그리고 방문이 벌컥 열렸다. 잠가두지 않은 모양이었다. S는 깜짝 놀랐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있는 옆방의 척 노보트였다.








눈이 부리부리하고 키가 2미터는 될 것 같은 그 헝가리 친구는 다시 한 번 내게 이렇게 말했다.








“잊고 싶지 않나?”








S씨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아 저 새끼 게이라고 들었는데. X됐다.’








“나는 이 집에 올 때부터 네가 마음에 들었다. 네가 헤어진 것이 너에겐 슬프겠지만 나에겐 기쁘다. 나는 동양 남자란 어떤 느낌일까, 굉장히 궁금하다.”























그는 그제야 휴대폰을 끄고 자기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빌어먹을 ‘바셀린’ 아니면 ‘구리스’로 보였다.








‘저걸 내 엉덩이에 척, 하고 바르겠지?’








S는 끔찍한 상상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주위엔 무기가 될 만한 게 없없다.





더구나 3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술만 마셔서 일어나자마자 현기증이 맴돌았다.





노보트는 눈을 부라리며 다가왔다.








그때 S는 온 몸에 남은 힘을 다 짜내어 노보트의 명치를 뒤돌려 차기로 가격했다.








그러나 놈이 워낙 키가 커서 명치에 맞지 않고 배에 발바닥이 작열했다.








다행히 놈은 잠시 숨을 못 쉬는 것 같았다. 그걸 본 S는 전력을 다해 뛰어나갔다.








맨발이고 얼굴엔 눈물 자국투성이고 머리는 막 연주를 끝낸 베토벤처럼 산발에,





옷은 먼지를 보디페인팅 한 채 잔뜩 구겨졌고 입에선 위스키냄새가 났고 다리는 펑크난 타이어처럼 비실비실 거렸지만 S씨는 계속 달렸다.





























달릴 수밖에 없었다. 노보트가 쫓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달리는 동안 정말 거짓말 같이 실연의 아픔 따윈 ‘쏙’ 잊혀졌다.








그 자리엔 살고 보자, 라는 생각이 지배적으로 달라붙었다.








‘어떻게 이게 되냐!’ 라고 S는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고 나발이고 S는 죽어라고 뛰었다. 잡히면 끝장이다.








그런데 그는 얼마 뛰지 못하고 잡혔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목덜미를 잡혀 근처 공원 잔디밭에 털썩 쓰러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실연당했더라도 뭘 좀 먹어둘걸.








그에게 다가온 2미터 장신의 노보트는 부리부리한 눈을 마구 부라리며 말했다.




















“야, 뽁킹 S, 네가 하도 실연당해서 다 죽어가길래 하우스메이트로서 장난 좀 쳐준 거다. 아 뽁킹 동양인들은 왜 사람을 발로 차냐.”





“뭐야 손에 그건 구리스잖아!”











“캔디 깡통이야. 병신아.”





“나랑 자면 된다, 라고 했잖아. 그건 뭐야?”




















“충격 요법이다.”








그러자 S씨는 벌컥 눈물이 나는 것을 느꼈다.








‘젠장 바로 옆방에, 국적도 생김새도 다른 꽤 진정한 순정을 가진 친구가 있었던 거야.’











뭐가 됐든 실연의 아픔은 정말 잊혀졌다. 노보트가 그제야 괜찮아? 라고 물어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가서 뭘 좀 먹자. 헝가리식 칠리 수프를 만들어 뒀어. 매워서 모든 걸 잊게 해 주지.”








“Lovely. Thank You.”








S씨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대답하고 노보트와 다정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정말 느낌이 다정했다. 뭔가 노보트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기분이었다.








제기랄, 그러나 S는 최선을 다해 그러고 싶은 것을 참았다.




















그는 ♡Lovelove♡를 모바일 폰에서 지웠다.


























고통이 사라졌다. A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도 잊었다. 간단했다.














-끝-








아 좀더 깊이있지도 못하고 아 좀더 작심하고 재미있지도 못하고 이번에도 별로네. 찬바람 불면 재미있는 것도 쓸게요^^ ㅈㅅㅈㅅ





맹가이버
ㅋㅋㅋㅋ구리스.ㅋㅋㅋㅋㅋㅋㅋ
똥박사
아 전 재미있었는데요 노보트 함 보고싶다 ㅋㅋㅋ
92CU
반전이네요. ㅎ 감사해요
가을안개
아~~~ 심장이 두근두근..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없이 봤네요~ ^^
엔샤
잼있는데요..^^ (근데 실화예요?)
15번진짜안와
엔샤님, 픽션은 픽션일 뿐입니다. 흐흐^^ 재미있게 읽어주신 분들이 계셔서 기쁩니당. ^^ 92CU님 제가 더 감사. '구리스' 어감의 유머 이해해 주신 맹가이버님 감사^^ 똥박사님 노보트 진짜 벤트인데 소개 정말? (하지만 애인 있다능) 가을안개님 이런 거 좋아하시면 요런 미적지근한 저질개그 말고 완전 캐스릴러 하나 준비하고 있는 것 있는데 올릴까 한다는ㅋ
thinkaboutyou
사실이라면 쇼킹이고 소설일 뿐이라면 좀 무서웠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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