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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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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101회 작성일 26-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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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플랏이다.꼭대기 층이라 뷰가 좋았다.>


부동산에서 괜찮은 매물이 나왔다고 전화가 왔다. 가서 보니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스트본 피어 바로 앞이었는데, 원래 호텔로 이용됐던 곳이었다. 호텔이 망하면서 방을 플랏으로 개조한 모양이었다.

 

4층 꼭대기 층이었다. 집이 정말 맘에 들었다. 현관문을 열면 가운데 복도가 나오고 좌우측에 방문이 있었다. 좌측 문을 열면 커다란 침실, 우측 문을 열면 아담한 거실이 있었다. 복도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우측에 작은 화장실이 있고, 복도 정면에는 욕조가 있는 바스룸이 있었다. 복도 끝 좌측이 주방인데 좁은 감은 있지만 혼자 지내기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침실과 주방 창문을 통해 바다가 시원하게 보였고, 거실 창문에선 내륙 언덕이 보였다. 월세는 320파운드였다.

 

만약 처음부터 이 집을 보여줬으면 나는 이 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방도 좁고, 거실도 좁다고 투덜댔을 것이 분명했다.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면 얼마든지 만족할 수 있는데 왜 그리 사서 고생했을까...

 

여긴 이제 내 집이다. 계약하자고 말하니 최소 6개월 단위 계약이란다. 장난하냐? 내가 집주인이랑 대화할 테니 연락처를 달라고 했다. 집주인 목소리에서 나이가 많다는 것이 느껴졌다. 홍콩에 살고 계셨는데 내가 전화했을 때 홍콩은 밤 10시 정도 됐었다. 8월에 런던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5개월만 계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 영어가 미국식이어서 그런지 미국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인이라고 답하니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지난주에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 여행 중에 한국인에게 친절을 너무 많이 받아서 어쩔줄 몰랐단다. 그렇게 허락을 받았다.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다. 서울 사람한테 제 값 받기 힘들다. 나 학생인데 월세 조금만 깎아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깎아주었다. 300파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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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해안 도로를 매일 아침 달렸다.>
 

이사를 하고 난 뒤에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루틴이라는 게 있다. 이게 무너지면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하숙집에 있을 때가 그랬다. 이사 후 조깅을 시작했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비치 헤드로 올라가는 초입까지 뛰었다. 갔다가 돌아오면 거리가 대충 6km 정도 됐다. 비가 오지 않은 이상 매일 달렸다.

 

학교 끝나면 체육관에(Gym) 갔다. 브라이턴 대학이 이스트본에 캠퍼스를 열었다. 인구 소멸지역에 대학들이 나서서 캠퍼스를 열고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학생 수 대략 2천명 정도를 유지했는데 체육학과가 있었다. 학생들 교육을 위한 체육관이지만,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개방했다. 저렴하면서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수영장도 가지고 있어서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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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친구들 사귀는 데는 어학원보다 좋은 곳이 없었다. 물론 자기하기 나름이지만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어학원이었다. 친구들 많이 사귀고 즐거웠다. 한국인은 많아서 좋을 때 보다 안 좋을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온 커플이 있었다. 학교에 오고 며칠 안 지나서 헤어졌다. 여학생이 다른 한국인과 눈이 맞았기 때문이다. 눈 맞은 한국인이 같은 학교에 있었다는 것은 큰 화젯거리였다.

 

외국인 친구들이 먼저 어쩜 저럴수가 있냐고 난리였다.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일까 짜증났다. 새로운 커플은 학교에서 왕따가 되었다. 피해(?) 남학생은 태연한 척 학교를 다니다 어느 순간 사라졌다. 우리 학교 런던 본점으로 옮겼다는 말이 돌았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차마 말할 수 없는 별 해괴망측한 사건들이 많았다. 범죄 수준의 사건도 있었다. 외국에 홀로 나와 외로움을 타는 것은 나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선을 넘으면 사고 난다. 나는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고 그 외에는 거리를 뒀다.

 

이름이 어려운 한국인과 중국인은 영어 이름을 썼다. 중국인 중에는 끝까지 영어 이름 안 쓰는 애들이 있었다. 그러면 본인만 손해였다. 이름 부르기 어려우니 외국인 친구가 안 생긴다. 다이안이 내 이름을 지어줬는데 Tim이였다. 팀은 티모시의 약칭으로 기독교 이름이다. 영미권에서 흔한 이름 중 하나였다. 한국식으로 부르면 철수에 가까운 이름이었다.

 

학교에 팀이 한두명이 아니었다. 모두 다이안이 지어준 이름이다. 이름만 보고 다이안 집을 거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이안은 착하다. 나는 다이안을 미워해 본 적이 없다. 이스트본이 워낙 작은 도시여서 도심에서 다이안과 만날 때가 종종 있었다.

 

한번은 다이안이 빅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이안이 창문을 내리고 상체를 밖으로 내밀더니 두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 쪽팔렸다. ”~수야~~“ 이런 느낌이었다. 길 가다 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똑같이 두 팔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다. ”~~!!“ 같이 죽는 거다.

 

스테파니가 학교에 팀이 너무 많다고 내 이름을 데이브로 바꿔주었다.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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