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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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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121회 작성일 26-02-0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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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소셜 프로그램이 많았다. 한번은 런던 관광 프로그램이 올라왔는데 코치를 전세 내서 다녀오는 당일치기 일정이었다. 참가비는 단돈 2파운드였다. 이건 공짜나 다름없었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서 돌아올 시간을 미리 정하고 각자 관광하러 헤어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관광하다 돌아갈 공짜 코치를 놓쳤다. 어쩔 수 없이 돈 내고 타야 했다.

 

당시 이스트본은 인구 소멸 단계에 들어섰던 도시였다. 이런 도시는 배차 간격이 길었다. 기차는 있었는데 좀 이상했다. 이스트본행 플랫폼에 브라이턴행 기차가 서 있었다. 안내원에게 이스트본행 기차는 어디서 타냐고 물어보니 이걸 타면 중간 분기점에서 분리돼 앞쪽은 브라이턴, 뒤쪽은 이스트본으로 간다고 말했다.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몰라서 또 물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알려준 차량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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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ding train이라고 부른다.>


기차는 순조롭게 달렸다. 어느 순간 기차가 서행하다가 거의 멈추는가 싶더니 내 뒤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하고 뒤돌아봤더니 기차가 내 뒤에서 분리되고 있었다. 건너가기에는 늦었다. 문이 안 열렸기 때문이다. 옮겨 탈 수 있는 시간은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아까 그 손가락질은 뭐야? 여기 타면 X 된다는 뜻이었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욕밖에 없었다.

 

브라이턴에 도착할 때까지 욕을 하며 갔다. 도착해서 또 안내원에게 물었다. 이스트본행 막차가 곧 출발한다는 소릴 듣고 급하게 달려갔다. 그때가 오후 7시 반이었다. 막차라고 부르기엔 너무 이른 시간 아닌가? 그때는 이스트본행 기차의 배차 간격이 2시간반 정도였다. 운행 횟수도 17회에 불과했다. 주거지역을 지나치는 기차는 소음 문제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기어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브라이턴에서 이스트본까지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다 됐다. 여행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나는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이스트본에 대규모 산업 단지가 조성되고, 기찻길 환경 제약이 없어졌다. 128회 운행, 12시 막차, 운행 소요시간 40분도 안 걸린다. 이스트본이 브라이턴 생활권에 들어가면서 유동인구가 많이 늘어났다. 유입되는 인구도 증가하면서 인구 소멸 단계에서 탈출했다. 브라이턴 대학 이스트본 캠퍼스는 또 다른 인구 소멸지역으로 이동했지만, 체육관은 주민들을 위해 그대로 남겨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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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식 랜드로버 프리랜더, 한때 엄청나게 팔렸다.>


나는 SUV 매니아였다. 랜드로버 SUV는 매니아를 위한 차였다. 고급 차는 아니지만, 신차 가격이 4만 파운드에 형성된 차였다. 판매 대상을 매니아층에서 대중으로 확대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 프리랜더다. 프리랜더가 처음 출시될 때 18000~19000 파운드로 저렴하게 나왔다.

 

미국 포드사가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경영으로 나섰다. 프리랜더 신차 가격이 14500~15000파운드로 20% 정도 낮아졌다. 연말에는 폭탄 세일까지 더했다. 마진은 적어도 많이 팔아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어이없는 전략은 일단 통했다. 포드사의 이러한 전략은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망쳤다.

 

프리랜더가 엄청나게 팔렸다. 말도 안 되게 저렴했기 때문이다. 타사 SUV와 자사 모델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까지 가격 영향을 받았다. SUV와 상관없는 세단까지 영향을 받아 영국 자동차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신차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프리랜더에 대한 혹평이 나돌기 시작했다.

 

프리랜더의 엔진 신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head gasket 문제가 있다는데, 프리랜더는 엔진이 터진다는 말이 돌았다. 프리랜더를 죽이기 위한 수작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지만 일단 그렇게 소문이 퍼졌다. 거기다 공급 과잉 문제까지 겹치면서 프리랜더 중고차는 망했다.

 

프리랜더를 놓고 이런 말이 있었다. ”새 차를 살지언정 중고차는 사지 말라.” 중고는 워런티 기간이 끝나면 수리비 폭탄 위험이 크다는 인식이 깔렸다. 중고차 딜러들이 차를 팔기 위해 본사에서 품질 인증도 받고, 워런티 기간 연장도 제시했지만 안 팔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놈을 구매했다. 가격 후려치기 좋은 차였기 때문이다.

 

99년식 프리랜더가 눈에 들어왔다. 디젤 차량으로 당시 가격은 11000파운드 전후였다. 신차 대비 감가율이 너무 높은 차여서 신뢰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01년에 구입하면서 02년 가격으로 흥정했다. 말도 안 되는 흥정이었다. 하지만 프리랜더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안 팔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웃기는 흥정이 시작됐다. 어차피 02년에도 안 팔리고 서 있을 차였다. 딜러는 나에게 조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팔 자신이 있다면 내가 포기한다니까?” 승자는 애초에 정해져 있었다. 딜러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제조사 워런티 2년 추가해서 8000파운드에 구매했다.

 

안 팔리는 차라면서 나중에 어떻게 팔려고 구매했을까? 영국 떠날 때 04카페에 올려 제값 받고 팔았다. 금방 팔리던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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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본 하버 마리나>


차가 생기면서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먼저 이스트본 하버에 갔다. 정식 지명은 소버린 하버지만 다들 이스트본 하버라고 부른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이곳에는 고급 요트들이 즐비했는데 부자들의 레저를 위한 공간이었다. 인근에 있는 집들도 부촌임을 티 내듯 화려했다. 이곳에 요트와 보트 운전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었다. 요트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운전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요트는 포기하고 속성으로 배울 수 있는 보트를 선택했다.

 

개인이 보트를 소유할 때는 면허가 필요가 없다. 다만 렌트할 때 대부분의 업체가 면허를 요구했다. 10시간 정도 교육받으면 면허가 나온다. 하루 이틀이면 취득이 가능해서 면허부터 땄다. 렌트비가 3시간 80파운드였다. 기름값 20파운드까지 더하면 너무 비싸서 여러 사람이 함께 나눠 내지 않는 이상 혼자서는 못 탔다. 주로 낚시꾼들과 함께 탔다.


이스트본에서 가까운 도시 중에 헤이스팅스가 있다. 헤이스팅스에는 볼거리가 정말 많다. 역사적인 전투가 있었던 Battle Abbey & Battlefield에는 사람들이 항상 북적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올드 타운이었다. 중세 골목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너무 맘에 들어 자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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