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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기(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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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6-02-04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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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서 운동하다 우연히 록밴드의 보컬 모집 안내문을 보았다. 영국 대학생들도 밴드 활동을 많이 했다. UCL 학생들이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했는데, 콜드플레이라는 밴드가 히트를 치면서 대학가 밴드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브라이턴 대학에도 밴드가 있었다. 리드보컬이 성대 결절로 빠지면서 회복하는 동안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바로 지원했다.

 

어릴 땐 영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토요명화나 가끔 방영하는 영미권 만화는 모두 한국어 더빙이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외래어 표기법은 영어 공부를 방해했고, 학교에선 말도 안 되는 시험용 영어를 가르쳤다. 중학교 때 처음 영어를 배우면서 굿모닝 팝스라는 라디오를 듣게 되었는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과 너무나도 다른 영어를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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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굿모닝 팝스,88년부터 시작했다.>


굿모닝 팝스를 접한 후 팝에 빠져 지냈다. 1 때부터 팝을 따라 불렀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Rock에 빠져있었다. 아마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일찍 왔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쉬는 시간마다 교탁 앞에서 마대 자루 붙잡고 하드록, 록발라드, 헤비메탈 등을 불렀다.

 

Bon Jovi, Guns N’ Roses, Scorpions, Aerosmith, Metallica 등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과 밴드의 곡을 내 노래처럼 불렀다. 대학에 들어가 친구들과 록밴드를 만들어 활동했는데, 유명한 작곡가 형님들이 곡을 준다고 데뷔하라 부추기기도 했다. 친구들과 상의 끝에 노래는 그냥 취미로만 하기로 했다. 각자 갈 길을 일찍 정해뒀기 때문이다.

 

아는 형님이 음반사 대표셨는데, 그 형님 도움으로 99년에 영화 OST 제작에 참여했다. 한 곡만 불렀지만 메인 OST로 써주셨다. 소리바다와 길보드 차트라 불렸던 리어카 때문에 음반 수익은 거의 없었다. OST에 함께 참여했던 솔로 가수들도 많아서 수익 내기 어려웠던 앨범이었다. 돈 벌려고 노래 부른 것은 아니었다. 그냥 젊을 때 친구들과 좋은 추억하나 가지고 간다는 생각으로 불렀다.

 

Argos에서 버스킹용으로 포터블 스피커를 구입했다. 이스트본은 너무 평화로운 동네여서 버스킹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사람도 얼마 없어서 기분도 안 난다. 런던으로 올라갈 때까지는 밤에 혼자 비치 헤드에 올라가서 노래 불렀다. 그곳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쉼터가 있었다. 원형으로 담장을 쌓아 바람을 막고 그 아래 벤치를 놓아둔 쉼터인데, 혼자 놀기 좋은 곳이었다.

 

외롭게 놀던 차에 밴드 가입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밴드 친구들도 학생이라 밴드 연습은 항상 저녁 식사 후에 했다. 친구들 집은 모두 브라이턴과 인근 위성 도시들이었다. 주중에는 학교 때문에 이스트본 기숙사에 머물렀는데 일주일에 두 번은 브라이턴에서 라이브 공연하러 다녔다.

 

공연은 주로 나이트클럽에서 했다. 라이브 카페에서도 가능했는데 거기선 조용한 노래만 불러야 했다. 영국은 공연 문화가 널리 퍼져있었다. 어쩌면 버스킹도 그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당시에 공연 한번 뛰면 보수로 300파운드 정도 받았다. 소규모 클럽이라 돈을 많이 주지는 않았다. 6명이 나누면 1인당 50파운드인데 주 2회 공연으로 1인당 100파운드 정도 수익이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 헤이스팅스나 이스트본 피어에 있는 클럽에서 섭외가 오면 공연 수익이 조금 더 늘어났다.

 

돈이 목적이 아니어서 불만은 없었다. 다른 친구들도 생활비 정도로 여길 뿐 큰돈을 바라지는 않았다. 당시 영국은 대학생 무상 교육이 폐지된 지 1~2년 정도 됐을 때였다. 1년 학비는 700~750파운드였기에 그 정도만 받아도 학비와 기숙사비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밴드 활동을 했던 것이지 돈 벌자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제이크가 보컬이자 리더였는데 성대 결절로 당분간 활동을 못 하게 되었다. 노래는 못해도 작곡과 공연 기획, 섭외는 계속했다. 노래는 커버 곡과 자작곡이 있는데 제이크가 작사 작곡을 거의 혼자 했다. 그때는 미래에 직업이 어떻게 될지 몰랐는데 제이크는 나중에 소니뮤직 런던에서 공연 기획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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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본조비 팬이었다.>


한때 코리안 본조비로 불렸다. 본조비 노래를 13년간 불렀더니 그렇게 됐다. 여러 가수의 곡을 다 불렀는데, 본조비를 특히 좋아해서 그렇게 됐다. 라이브 카페에서 나름 인기도 좋았다. 보통 1시간반 공연을 하는데, 분위기 좋을 땐 2시간도 했다. 즐거웠다.

 

영국 대학들은 한국식 동아리 방이 따로 없었다. 8시 이후 체육학과 실습장에서 연습했다. 보통 2~3시간 연습하고 기숙사에서 술 마시고 떠들다 돌아왔다. 어학원보다 이 친구들과 있는 게 영국식 발음과 영어를 배우는데 더 도움이 됐다.

 

밴드 활동까지 시작하자 시간이 엄청 빨리 지나갔다. 거기다 틈틈이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지루할 틈이 없는 유학 생활을 보냈다. 즐거웠다. 5월말 취브닝 장학생에 선발됐다는 통보를 받고 난 뒤에는 정말 아무 근심 걱정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학교는 LSE였다. 경제학이 전공이었는데 당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가장 많이 거쳐 간 학교가 LSE였다. 마침 그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신 분이 교수로 내정됐다는 말을 들어서 그곳으로 정했다.

 

그 무렵 경비행기 조종 면허도(Private Pilot Licence) 취득했다. 면허 취득 후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비행기를 탔는데, 동호회 시스템이 흥미로웠다. 비행기 한 대를 여러 명이 함께 구입한다. 4명이 함께 구입하거나 10, 20명이 함께 구입한다.

 

공동 소유주가 각자의 지분을 가지게 되는데, 지분만큼 한 달에 이용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진다. 4명이 소유했으면 1인당 1주일씩 마음대로 탈 수 있는데, 이것도 클럽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이틀 또는 삼일 연속 탑승 금지 같은 룰이 있다. 다른 비행기 타고 싶을 때는 돈을 내고 타거나 지분을 사고, 팔 수도 있다.

 

지분이 없는 학생의 경우 비행기 격납고 이용료와 정비비, 연료비 명목으로 시간당 탑승료를 내야 한다. 상업 목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다. 클럽 룰이 그렇다. 학생이라 할인을 많이 받는다. 시간당 15~20파운드였다.

 

비행기 타고 이 클럽, 저 클럽 방문하면서 인맥도 쌓는데 이때 타 클럽에 있는 한국인들도 종종 만났다. 어떤 한국인은 학교 그만두고 비행 학교로 진로를 변경하기도 했다. 클럽에서 동승자도 여러 명 만나게 되는데, 회원들에게 배우는 비행 기술이 훨씬 많고, 유용했다.

 

브라이턴에서 공연하는 날에는 일찍 가서 비행기부터 타고 놀았다. 놀다가 우연히 통역사 학원을 발견했다. 자격 취득에 대해 문의해보니 그 당시에는 제대로 된 절차라는 것이 없었다.

 

지금과 비교하면 그때는 거저먹는 자격증이었다. 지금은 단계별 절차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 게 없었다. 지방별로 취득 조건 자체가 달랐다. 한가지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면 영어 잘하면 한영 통역사는 여전히 쉬운 편이다. 영어 실력만 평가해서 바로 DPSI( Diploma in Public Service Interpreting) 자격에 응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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