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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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후부터 기숙사를 찾아다녔다. 기차와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 런던 시내를 돌았다. 런던 시내는 차가 너무 막혀 버스 타기도 힘들었다. 나온 김에 JAL항공 런던 지점에 들러 항공권을 환불했다. 1년 오픈 티켓인데 연장하려면 20만원 정도 내면 가능했다. 학부생은 7월 졸업인데, 석사는 12월 졸업이었다. 학교에서 이메일로 보내준 캘린더에는 논문 제출 마감이 8월 말까지로 되어있었다. 졸업식까지 3개월의 시간이 비는데 유럽 여행하다 바로 귀국할지 영국에 잠깐 들러 졸업식에 참석할지 결정을 못 했다. 일단 항공권 환불하고 필요한 순간에 구매하기로 했다.
테이트 모던 바로 앞에 기숙사가 있었다. Bankside House는 석박사 전용과 학부생 전용으로 분리된 기숙사였다. 기숙사 입구에 주차장이 있었다. 단순 방문자용으로 유료주차장이었다. 월주차는 불가능했다. 장기 주차는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이용해야 하는데, 기숙사는 차고지 등록이 불가능해서 거주자 우선 주차권을 구매할 수 없었다. 어느 기숙사를 구하건 주차는 불가능했다. 당혹스러웠다.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 기숙사 앞 가든에 앉아 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기숙사 옆에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인근 부동산을 찾아가 월세를 알아봤다. 1베드 플랏은 월 800~900파운드, 2베드는 월 1000~1200파운드였다. 그제야 이스트본이 얼마나 저렴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대학 블록 리스였으면 1베드 5~600, 2베드 7~900 정도 했을 것이다. 대학이 리스할 경우 학생에게 시세의 10~30%까지 낮춰서 빌려주었다. 유감스럽게도 블록 리스가 아니었다. 그때까지도 블록 리스를 모르고 있었다.
차를 팔지 안 팔지 선택해야 했다. 팔 거면 기숙사 들어가고, 안 팔 거면 04카페에서 플랏 쉐어 할 사람을 구해야 했다. 일단 나왔으니 기숙사를 더 돌아보기로 했다. 뱅크사이드는 템스강 바로 옆이라 조깅 코스도 좋고, 산책하기도 좋았다. 주변에 편의 시설도 많고, 카페도 많은 데다 문화 체험 장소도 상당히 많았다. 기숙사 체육관도 그럭저럭 쓸만했다.
기숙사에서 학교까지 걸었다. 15분 정도 걸렸던가? 그리 멀지 않았다. 기숙사 주변 환경을 고려하면 일단 뱅크사이드가 1순위였다. 학교에 온 김에 기숙사 상담이나 받으려고 했더니 담당자가 없었다. 나중에 전화로 상담받기로 하고 명함을 챙겨 나왔는데, 전화한다는 걸 잊어버렸다.
학교를 둘러봤는데 조금 실망스러웠다. 한국처럼 대운동장과 잔디를 갖춘 넓은 캠퍼스가 아니었다. 단과학원이 밀집한 노량진에 온 것 같았다. 한국의 단과 대학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지만,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학교여서 떨떠름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링크 브릿지가 보였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옥스퍼드 대학으로 갈 걸 그랬나? 옥스퍼드는 캠퍼스가 웅장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지식이 쌓일 것만 같은 학교였다. 해리포터가 빗자루 타고 나타날 것 같은 판타지적 요소도 많았다. LSE는 건물 입구에서 풀빵 굽고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은 학교였다.
학교에서 홀번 기숙사까지 걸었다. 거리는 가까운데 사방이 꽉 막힌 도심이어서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았다. 홀번과 뱅크사이드는 LSE가 소유하고 직접 운영하는 기숙사였다. 사설 기숙사보다는 확실히 저렴했다. 그곳에서 또 걸어서 리젠트 파크 정문 남쪽까지 갔다. 런던대 서쪽에 있는 기숙사인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이곳은 런던대가 소유한 기숙사인데 런던대 연합 소속 학생들이 거주했다. 주차장이 있는 기숙사라고 해서 왔는데 의미 없는 발걸음이었다. 주차도 못 하는데 학교에서 너무 멀었다.
킹스턴에서 전화가 왔다. 수요일에 한국인들 형사 재판이 있는데 통역 올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시급을 물었더니 30파운드인데 첫 한 시간은 더블 페이라 60파운드 지급이고, 2시간 통역이면 총 90파운드와 교통비가 지급된다고 했다. 일찍 끝나도 2시간 통역비를 준다고 했다. 2시간 안에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렇게 안내를 받고 수락했다. 그 당시 최저 시급이 4파운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급은 마음에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장 저렴한 통역이 공공 서비스 통역이었다.
전문 통역사는 공공 서비스 통역을 안 한다. 통역에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공공 서비스 통역, 일반 상담 통역, 비즈니스 통역인데, 전문가들은 비즈니스 미팅, 국제회의 등 스케일이 큰 통역만 맡았다. 한국어는 희소성이 높은 언어여서 최저 시급이 30파운드였다. 일반 상담은 최저 시급 60파운드, 비즈니스 통역은 협의하는데 일급 수백만원도 가능했다. 전문 통역사는 에이전시 끼고 하는데 수수료로 10~30%정도 떼여도 수입이 좋다고 한다.
통역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의료, 행정, 법원 3가지 분야 중 선택해서 시험을 치른다. 단어 공부 좀 하면 어렵지 않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법원 통역이 가장 어렵다. 법원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아주 오래된 영어다. 중세시대에 사용하던 단어를 사용하는데 3가지 통역 중 난이도가 가장 높다. 하지만 걱정 없다. 음주운전뿐이더라...
화요일도 기숙사 구하러 나갔다. 트라팔가 광장 남쪽에도 괜찮은 기숙사가 있었다. 솔직히 기숙사 구조는 다들 비슷했다. 광장 주변에 호텔겸 기숙사가 몇 개 있었는데, 이런 기숙사는 방이 그냥 호텔 방이었다. 공부할 분위기도 아니었고 비쌌다. 기숙사 주변 환경을 따졌다. 조깅과 산책이 가능하고, 좋은 체육관이 있었으면 했다. 학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면 좋겠는데, 버스 타고 한두 정거장은 괜찮게 생각했다.
기숙사는 그만 보고 플랏 구하러 다녔다. 1존은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서 피했다. 실수였다. 1존에서 구했으면 블록 리스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블룸즈버리에 있는 플랏들이 대부분 런던대가 통째로 리스한 플랏이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홈페이지를 별도로 만들어서 관리하는 것 같다.
https://househunt.london.ac.uk/Housing 요즘은 집주인이 대학 상대로 직접 계약도 하는 모양이다. 교직원, 석박사용 블록 리스는 아직도 있지만 그리 저렴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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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보틀님의 댓글
정독했습니다 너무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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