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기(29) > 영국일기

본문 바로가기

 <  영국이야기  <  영국일기

옛날 일기(29)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16회 작성일 26-04-12 23:55

본문

매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러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시리얼과 식빵으로 끝내고, 9시까지 학교에 갔다. 10시에 시작하는 날도 있는데, 10시에 시작해도 9시까지 강의실에 먼저 가서 조용히 공부했다매일 오전에는 필수 과목을 수강했다석사디플로마경제학금융학회계학과 등 공통 과목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9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Old Theatre나 Peacock Theatre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11시에 강의가 끝나면오후 1시 반까지 시간이 빈다개인적인 학습이나 과제그룹워크 등 학생들끼리 공부하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가졌다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날에는 12시에 끝나는데남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냥 밥 먹고 쉬었다일찍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다가오후에 돌아오는 학생들도 많았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4191_9644.jpg
<추억의 
Wright's Bar>


점심 메뉴는 어딜 가나 뻔했다학생 식당은 1.50파운드부터 3파운드 미만인데독립 카페는 조금 더 다양하고 맛있는 메뉴들이 있었다. Wright's Bar라고 하는데학교 안에 있지만외부인이 운영했다보통 3파운드 미만인데좀 괜찮은 메뉴는 5파운드 정도 했다.

 

빨리 밥 먹고도서관에 자러 갔다. LSE 도서관이 공사 중이었다. 11월 27일에 개관했는데, 10월에는 공사 마무리 단계였기 때문에 이용은 가능했다하지만 공사 소음 때문에 집중해서 공부하긴 어려웠다도서관 사서들이 책 정리한다고 분주한 것도 정신을 산만하게 했다점심시간에는 공사 작업자들도 식사하러 가니까조용해서 낮잠 자는 용도로 이용했다개관 후에도 점심때는 도서관에서 잤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4554_8605.jpg
<옛날에는 누워서 잠자기 좋은 소파가 많았다.>


항상 라미와 파하드 형님이 함께했는데누워서 자기 좋은 쿠션 소파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내가 자니까 파하드 형님도 나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잤다우리가 자는 동안 라미는 내 노트를 베꼈다오후 강의가 시작될 무렵 라미가 깨워주는데항상 웃으면서 깨워줬다나도 눈뜰 때마다 따라 웃었다아랍 여성들이 히잡 쓰고 다니니까 미모가 잘 드러나지 않는데알고 보면 미인들이 많았다라미는 한국의 배우 임수정 씨를 닮아서한국인들 사이에서 사우디 임수정이라고 불렸다라미는 영국에서 히잡을 거의 안 썼다어쩌다가 한 번씩 쓰고 왔는데히잡 쓴 모습도 귀여웠다.

 

오후에는 그룹별 맞춤 강의가 있었다수학 캠프에서 점수가 낮았던 학생들은 보충 수업을 받아야 했다수학 캠프에서 80점 이상이면 어드밴스 그룹에 들어갔다어드밴스 그룹에 배정된 학생들은 심화 과정을 배우는데최상위권 점수를 받은 학생 일부는 또 다른 그룹으로 빠졌다연구 석사 2학년과 박사생들 그룹에서 함께 공부했다매일 함께하지는 않았고일주일에 한 번 토론이나 그룹워크가끔 연구 미팅이나 세미나 일정이 있으면 일주일에 두 번 함께 했다.

 

1학기 때는 이렇게 운영하고, 2학기 때는 모두 함께 심화 과정에 들어갔다. 1학기 때 먼저 심화 과정을 시작한 학생들이뒤에 들어온 학생들과 같은 그룹에서 리더 역할을 했다공부하는 방법은 개인 편차가 심해서 딱히 뭐라 말을 못 하지만시간 낭비하기 싫으면 입학 전에 논문 주제를 먼저 정하고 오는 것이 좋다공부할 방향을 미리 정해두고 시작하면이것저것 쓸데없이 건드리다 시간 낭비하는 일은 없다. 1학기 때 교수님이 논문 주제 빨리 정하라고 다그치시는데, 2학기 때 지도 교수가 배정되고, 3학기 때 지도 교수가 확정됐다중간에 논문 주제가 바뀌는 일이 흔해서, 3학기 때 확정되는 것이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4482_3061.jpg
<유학 생활의 절반 이상을 도서관에서 보냈다.>


보통 오후 5~6시에 강의가 모두 끝난다가끔 워크숍이나 세미나가 연이어 진행될 때면오후 7~8시에 끝날 때도 있었다오후 강의가 끝나면 각자 갈 길 갔다저녁 먹을 사람펍에서 토론할 사람컴퓨터실에서 통계 프로그램 코드 짤 사람도서관 갈 사람 등등 갈라지는데나는 계량경제학 과제가 있을 때만 컴퓨터실에서 공부하고특별한 일이 없으면 항상 도서관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다 같이 저녁 먹고 도서관에 갔다하루 두 끼를 학교에서 먹으려니까 물리기도 하고맛도 없어서 언젠가부터 저녁을 안 먹기 시작했다저녁을 먹으면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어서안 먹고 공부하는 것이 더 나았다저녁 먹고 나면 거의 8시다새벽 3시까지 공부하다 자는데저녁을 먹으면 자기 전에 배고파서 또 식사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5257_3454.jpg

<UCL 말고도, 다른 학교 체육관이 몇개 더 있었는데, 모두 좋은 체육관이었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저녁 먹을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갔다라미와 파하드 형님도 8시에는 귀가했다나는 중간에 과일이나 에너지 바 하나 먹고, 9시 반까지 공부하다 나왔다바로 집으로 안 가고, UCL 체육관에 가서 운동하고 집에 갔다집에 돌아오면 11시쯤인데아침과 점심은 대충 먹어도저녁만큼은 제대로 챙겨 먹었다식사 후 양치하고차 한잔 들고 책상에 앉으면 12시였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5477_3866.jpg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오후 9시부터 채팅으로 토론을 하는데나는 늦게 와서 12시부터 끼어들었다그래도 괜찮은 게채팅 기록은 남아 있어서 늦게 와도 앞의 내용을 볼 수 있었다에세이 과제가 있거나세미나 일정이 잡힌 주간에는 항상 책을 주제로 토론했다. LSE가 끔찍했던 점이 독서량이었다학업량도 만만치 않은데방대한 독서량은 정말 끔찍했다교수님이 참고 서적 리스트를 주시는데책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정독은 거의 불가능했다주요 단어들만 캐치하며 빨리 읽다가중요한 맥락에서만 정독했다.

 

저자의 주장과 논거들만 요약하고발췌해서 노트에 옮겨적었다그룹 친구들과 채팅으로 공유하고 저자의 주장에 대한 논거가 타당한가를 두고 토론했다그러다 보면 책을 안 읽은 친구들도 그 책에 대한 요지를 파악하게 되는데우린 그렇게 시간을 벌었다단순히 책만 읽어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이 다른데토론을 통해 얻는 지식이 훨씬 많았다공유할 수 없는 책도 있는데그런 책은 각자 읽었다토론시간에 제한을 안 두면밤샐 기세라 3시까지 토론을 마무리하기로 약속된 채팅이었다채팅을 끝내고내일 학교 갈 준비하고잠자리에 들면 3시였다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공부했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5559_6947.jpg
<개인적으로 소규모 세미나를 더 선호했다.>


대학별로 세미나 활용법은 다를 것이다튜토리얼도 마찬가지다. LSE는 세미나 시간에 튜토리얼을 함께 진행했다연구 세미나처럼 참여 인원이 많은 세미나는 튜토리얼을 진행하지 못한다이벤트 급으로 대형 세미나도 있지만튜토리얼을 함께 진행할 때는 보통 15명 이하의 소규모로 진행됐다세미나에는 외부 초청 인사가 자주 왔다타 대학교수중앙은행금융권에 종사하는 임원급 인사가 초빙 강사로 오는데가끔 경제 관료와 외국 인사들이 오기도 했다실무 특강이 끝나면 준비된 소파에 교수님과 앉아세미나 주제에 대해 대담 형식으로 토론을 했다이때 수강생들도 끼어들어 질문하고함께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오피스아워(Office Hours)라는 것도 있는데교수님들이 사무실을 개방해두는 시간이었다그 시간에 학업 관련 일대일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기다리는 학생들이 많아서 지도받을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었다대기 줄이 길면 그냥 포기하고 돌아오는 일이 많았다이메일로 교수님께 질문하는 경우가 많았는데답을 주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답을 안 주시는 분도 더러 계셨다.

 

4fc84d7a406b43a5848ff873bc5f92e9_1776005660_4113.jpg
<러셀 그룹 학교들>


2001년 당시 LSE의 학생 만족도는 러셀 그룹 중에서 최하위였다지금은 1위라는데옛날에는 진짜 욕 나왔다연구 실적을 평가해학교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이 있었다등급만 매길 뿐 순위는 없는 평가였다. Research Assessment Exercise(RAE)라고 하는데, 4~5년에 한 번씩 평가했다. 01/02년이 실적을 평가받는 해였다.

 

교수님들이 어디선가 연구 용역 수주를 받아 오시는데너무 많이 받아 오셔서 피곤했다연구 실적 올리려고 석박사들을 모두 동원했는데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학교 만족도에 대한 나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 65점 정도였다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하루는 중간에 땡땡이치고 공원을 배회한 적도 있었다성공적인 유학 생활은 멘탈 관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추천0 비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293건 1 페이지
영국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93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 0 2026-04-13
열람중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 0 2026-04-12
2291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1 2026-04-03
2290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1 2026-04-02
2289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1 2026-03-27
2288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7 1 2026-03-23
2287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7 2 2026-03-18
2286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9 1 2026-03-08
2285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5 2 2026-03-06
2284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2 1 2026-03-06
2283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7 1 2026-03-03
2282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2 1 2026-03-01
2281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 1 2026-03-01
2280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2 2026-02-27
2279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2 2026-02-26
2278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1 2 2026-02-25
2277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9 2 2026-02-23
2276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2 2 2026-02-22
2275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4 2 2026-02-05
2274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12 2 2026-02-04
게시물 검색
내가 쓴 글 보기
영국이야기
공지사항
이런저런이야기
영국일기
영국사진앨범
영사 사진전 수상작
요리/맛집/여행
영사칼럼
영사미디어